장민철 기자
정부가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이른바 ‘마약왕’ 박왕렬(48)을 25일 국내로 임시인도 받아 송환했다.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전 필리핀 당국으로부터 박씨의 신병을 확보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시켰다고 밝혔다.
임시인도는 범죄인 인도 청구국의 형사 절차 진행을 위해 피청구국이 자국의 재판이나 형 집행을 일시 중단하고 신병을 넘기는 제도로, 한국과 필리핀 간 범죄인인도조약에 근거해 이뤄졌다.
박씨는 2016년 필리핀에서 발생한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핵심 인물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2022년 필리핀 법원에서 최대 6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동시에 그는 수감 중에도 외부와의 접촉을 통해 한국으로 마약을 밀수입·유통·판매하는 등 조직적 범죄를 지속한 의혹을 받아왔다.
특히 교정시설 내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마약 유통을 지휘하고,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누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내외에서 논란이 커졌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이 국내 마약 범죄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송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번 송환은 약 9년간 교착 상태에 있던 인도 절차가 급물살을 타며 성사됐다.
악수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3일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게 박씨의 임시인도를 직접 요청했으며, 이후 법무부를 중심으로 검찰·경찰 등 관계기관이 필리핀 당국과 긴밀한 공조를 이어갔다. 그 결과 요청 약 한 달 만에 임시인도가 성사됐다.
법무부는 범죄인인도 중앙기관으로서 신속히 임시인도를 청구하고, 고위급 면담과 실무 협의를 병행해 필리핀 측의 협조를 이끌어냈다.
또한, 탈주 전력과 현지 여건 등을 고려해 호송 경로와 방식까지 사전 협의했으며, 검찰·경찰·교정당국 인력으로 구성된 전담 호송팀을 꾸려 안전한 이송을 완료했다.
수사당국은 박씨를 상대로 국내외 공범과 마약 유통 조직 전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특히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이어진 밀수·유통 경로와 범죄수익 흐름을 추적해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고, 불법 수익 환수에도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해외에 은신하거나 수감 중인 범죄자라도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마약 등 초국가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고 국제 공조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엔미디어=장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