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기자
조현준 효성 회장(오른쪽 네 번째)이 1월 브랜 블랙 호주 경제인연합회(BCA) 최고경영자(CEO·오른쪽 세 번째) 등 대표단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사진=효성 제공
효성 조현준 회장이 글로벌 전력시장을 직접 뛰며 K-전력기기 수출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호주 ‘탕캄(Tangkam) BESS Pty Ltd.’와 1425억 원 규모의 ESS(에너지저장장치)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을 지난 10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호주 퀸즐랜드주 탕캄 지역에 100MW/200MWh 규모의 배터리 기반 ESS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2027년 말 상업 운전을 목표로 추진된다.
효성중공업은 앞서 지난달 미국에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7870억 원 규모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핀란드에서는 290억 원 규모 초고압 변압기 장기 공급 계약을 따냈다. 여기에 이번 호주 ESS 프로젝트까지 수주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K-전력기기의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앞으로 전력산업의 경쟁력은 전력망 전체를 제어할 수 있는 솔루션에서 결정된다”며, “효성중공업의 HVDC(초고압직류송전) 역량과 초고압 변압기·차단기 분야에서 쌓아온 신뢰, ESS와 스태콤 등 미래 핵심 기술을 결합해 글로벌 전력시장의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K-전력기기 위상을 높이고 수출 확대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계약은 효성중공업이 호주 시장에 ESS를 공급하는 첫 사례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안정화 정책에 맞춰 추진됐다. 호주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82%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기상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설비 확충이 필수적이다.
ESS는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 시 공급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실시간 주파수 조정을 통해 전력망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핵심 설비로 평가된다. 특히 효성중공업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자체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배터리 제어부터 전력기기 연동까지 통합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효성중공업은 2024년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주요 리서치 기관인 B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가 선정한 ESS 분야 ‘Tier 1’ 기업에도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효성중공업의 잇따른 해외 수주는 조현준 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펼치고 있는 ‘현장 경영’의 성과로 평가된다. 조 회장은 최근 호주 주요 유틸리티 기업 경영진과 에너지 정책 관련 정부 인사들을 만나며 협력을 확대해 왔다.
조 회장은 지난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현 주미 호주대사) 등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호주의 에너지 인프라 현안을 논의했으며, 올해 1월에는 호주 경제인연합회(BCA) 브랜 블랙 CEO 등 대표단과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최근 호주는 정부가 추진 중인 약 200억 호주달러 규모의 ‘국가 전력망 재정비(Rewiring the Nation)’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대규모 전력 인프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와 전력 수요지가 멀리 떨어져 있는 지리적 특성상 장거리 송전을 위한 첨단 전력 솔루션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10여 년간 호주 전력시장에 제품 공급과 유지보수 등을 제공하며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입지를 구축해 왔다. 특히 호주 송전시장 초고압 변압기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효성중공업은 2023년 남호주와 뉴사우스웨일스를 연결하는 송전망 사업 ‘에너지커넥트(EnergyConnect)’ 프로젝트에 초고압 변압기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4년과 2025년에는 퀸즐랜드 주정부 전력회사와 주요 발전·에너지 기업에 초고압 전력기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잇달아 맺었다.
향후 효성중공업은 스태콤(STATCOM·무효전력보상장치)과 HVDC 기술 고도화를 통해 호주 전력망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회사는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인 1GVar급 스태콤 기술을 구현했으며, 스태콤과 전력 변환의 핵심 기술인 MMC(Modular Multilevel Converter)를 공유하는 전압형 HVDC를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해 양주변전소에 설치했다.
[경제엔미디어=김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