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양재 사옥 전경/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AI 선도기업 엔비디아(NVIDIA)와 손잡고 인공지능(AI) 기반 모빌리티 혁신을 가속한다. 양사는 31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APEC 현장에서 ‘엔비디아 블랙웰(NVIDIA Blackwell)’ 칩을 기반으로 한 AI 팩토리 구축 협력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협력은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등 핵심 산업 전반의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 혁신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기존 소프트웨어 플랫폼 및 인프라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켜, 물리적 환경에서 실제 데이터를 활용하는 AI 기술의 공동 개발에 나선다.

양사는 우선 5만 장 규모의 블랙웰 GPU를 투입해 통합 AI 모델의 개발·검증·실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국가 피지컬 AI 클러스터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관계자들과 협력하고, 약 30억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한다.

핵심 추진 과제로는 △‘엔비디아 AI 테크놀로지 센터(AI Technology Center)’ 설립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Physical AI Application Center)’ 구축 △국내 데이터센터 조성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양사는 엔지니어 및 연구진 간 기술 교류를 활성화하고, 국내 차세대 AI 인재 양성에도 기여할 방침이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현대차그룹, 엔비디아는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한국이 AI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피지컬 AI 육성은 필수 과제”라며, “제조 강국인 한국의 산업 데이터와 엔비디아의 첨단 AI 인프라가 결합하면 제조 혁신(AX)을 가속하는 윈윈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는 AI 기반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전략적 도약”이라며, “첨단 기술 개발을 넘어 대한민국 AI 생태계 구축과 인재 육성, 글로벌 리더십 확보까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AI는 모든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며 “현대차그룹과 함께 지능형 자동차와 공장을 구현해, 향후 수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공동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AI 팩토리 중심으로 차량·공장·로봇 통합 생태계 구축

현대차그룹은 이번 협력을 통해 엔비디아 블랙웰 기반 AI 팩토리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생산, 로보틱스 등 핵심 인프라를 하나의 지능형 생태계로 통합한다.

그룹은 이미 피지컬 AI 및 로보틱스 인프라를 위한 세 가지 주요 컴퓨팅 플랫폼을 활용 중이다.

• 엔비디아 DGX™: 대규모 AI 모델 학습 및 소프트웨어 개발 지원

• 엔비디아 옴니버스™(Omniverse™) 및 OVX™ 시스템: ‘엔비디아 코스모스™(NVIDIA Cosmos™)’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WFM)을 활용해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지원

•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 토르™(DRIVE AGX Thor™): 차량 및 로봇의 실시간 AI 연산을 담당하는 고성능 시스템 온 칩(SOC)

이들 플랫폼은 현대차그룹의 AI 팩토리와 제조 공장의 핵심 기반으로, 모빌리티 산업 전반에서 AI 개발·검증·실증을 위한 대규모 컴퓨팅 환경을 제공한다.

디지털 트윈·로보틱스·자율주행 기술 혁신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 옴니버스 엔터프라이즈(Omniverse Enterprise) 플랫폼을 활용해 정밀한 공장 디지털 트윈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실제 공장과 동일한 3차원 가상 환경에서 공정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검증(SIL/HIL), 이산 사건 시뮬레이션, 가상 커미셔닝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정밀한 디지털 환경은 로봇 통합 속도를 높이고 예지보전 기능을 강화해 완전 자율형·소프트웨어 중심 공장으로의 전환을 앞당긴다.

또한, ‘엔비디아 아이작 심™(Isaac Sim™)’을 통해 휴머노이드 및 로봇 시스템 설계, 동작 계획, 안전성 검증을 사전 시뮬레이션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공정 효율 극대화가 가능해진다.

현대차그룹은 옴니버스와 코스모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지역별 주행 환경의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 네모트론™(Nemotron™) 및 네모™(NeMo™) 기반 개방형 AI 모델을 활용해 차량 기능과 성능을 무선(OTA)으로 지속 개선하고, 개인화된 디지털 어시스턴트·지능형 인포테인먼트·적응형 컴포트 시스템 등 새로운 AI 기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처럼 차량과 공장을 단일 지능형 시스템으로 통합함으로써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혁신 표준을 제시한다는 목표다.

[경제엔미디어=김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