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기자
국내 최초 법률 코디네이팅 서비스 ‘에이브.’가 6월 12일 정식 출시됐다. 이 서비스는 단순한 변호사 검색이 아닌, 사용자 중심의 문제 정의와 전략 제안을 핵심으로 한다. 기존 법률 플랫폼의 ‘노출 경쟁’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엎는 접근이다.
사진=프로타고라스 제공
법률테크 기업 프로타고라스가 개발한 ‘에이브.’는 사용자가 먼저 AI와의 문답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정리한 뒤,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복수의 변호사로부터 각각의 대응 전략이 담긴 맞춤형 제안서를 받아보는 방식이다. 서비스는 문제의 본질을 정리하는 단계부터, 전략 비교, 수임 결정, 협업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공간에서 제공한다.
광고 없는 구조, 실력 중심 생태계
그간 국내 대부분의 법률 플랫폼은 ‘검색 → 프로필 → 광고 노출’이라는 노출 중심 구조를 취해왔다. 변호사는 광고비를, 사용자는 정보 부족 속 감에 의존해 선택을 해야 하는 구조였다.
‘에이브.’는 이 같은 전통적 구조를 과감히 탈피했다. 사용자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정리한 뒤, 이를 읽은 변호사들이 제안서를 통해 각자의 전략과 관점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누가 유명한가’가 아닌 ‘어떻게 풀겠다는가’를 기준으로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다.
이는 법률 서비스의 본질적 가치인 전문성과 공공성을 살리면서도 실력 중심 경쟁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로, 광고 없는 플랫폼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기술이 아닌 경험의 혁신
법률 문제를 처음 마주한 사람에게 가장 큰 장벽은 ‘어떻게 시작할지’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에이브.’는 이 막막함의 출발점부터 개입한다. 문답형 AI는 사용자의 언어를 받아 사건을 정리하고 쟁점화한다.
그 결과 생성되는 의뢰서는 감정적인 서술이 아닌, 전략적 판단이 가능한 정보로 구성된다. 변호사는 이 문서를 기반으로 제안을 구성하고, 사용자 역시 감정 소비가 아닌 전략 비교를 통해 실질적인 선택이 가능해진다.
에이브가 구현한 기술은 단순 문서 자동화가 아니라, 사용자의 문제 인식과 판단력을 회복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법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용자에게 정보의 주도권과 해석의 언어를 돌려주는 경험, 이것이야말로 에이브가 말하는 ‘진짜 혁신’이다.
구독 기반 온디맨드 수임 모델 도입
에이브는 중개 수수료나 노출 판매 없이, 변호사 구독 모델을 채택했다. 사용자는 언제든 무료로 의뢰서를 제출할 수 있고, 구독 중인 변호사들이 이에 응답하는 구조다.
이는 기존 플랫폼들이 의뢰 연결에 초점을 맞췄던 방식과 달리, 정보 교환과 판단이라는 본질에 집중한 새로운 접근이다. 법률 서비스를 상품처럼 판매하지 않으면서도, 실력 중심의 시장 질서를 가능하게 한다.
변호사가 만든, 공공성과 자율성의 균형
법률 서비스 시장은 광고와 중개 구조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던 분야다. 에이브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피해가지 않고, 정면에서 다시 설계한 결과물이다. 규제를 피하기보다 규제 안에서 공공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담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런 철학은 실제 법률가의 창업에서 비롯됐다. 프로타고라스의 조용의 대표이사(변호사)는 “법률 서비스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 경험에 있다”며, “속도보다 원칙, 기술보다 철학이 먼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만 붙으면 혁신처럼 보이는 분위기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진짜 역량”이라며, “에이브는 그 판단을 실행한 첫 결과”라고 덧붙였다.
에이브는 지금, 새로운 법률 서비스 경험의 시작점에 섰다. 법률 서비스의 철학과 구조에 고민이 담긴 이 변화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용자와 변호사에게 공감을 얻을지 주목된다.
[경제엔미디어=김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