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태 기자
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29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SSP5)’를 적용해 멸종위기 야생생물 어류의 분포를 분석한 결과, 2080년까지 국내 평균기온이 약 4.2℃ 상승할 경우 전체 28종 가운데 19종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 대상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어류 Ⅰ급 11종, Ⅱ급 17종 등 총 28종이다. 현재 멸종위기 어류는 고유종 19종을 포함해 29종이 지정돼 있으나, 버들가지(Ⅱ급)는 분포 자료 부족으로 제외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멸종위기 어류의 분포 변화. ※굵은 글씨: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자료제공=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분석 결과, 부안종개, 한강납줄개, 가는돌고기, 가시고기, 감돌고기, 꺽저기, 꾸구리, 돌상어, 둑중개, 묵납자루, 미호종개, 새미, 어름치, 연준모치, 열목어, 큰줄납자루, 퉁사리, 한둑중개, 흰수마자 등 19종이 2080년 평균기온 4.2℃ 상승 시나리오에서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가운데 부안종개, 한강납줄개, 감돌고기 등 13종은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연구에는 국립환경과학원,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등이 축적한 생물 분포 자료와 기상청, 국토정보플랫폼에서 제공한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가 활용됐다. 해당 시나리오에는 IPCC가 2021년 제시한 SSP5가 반영돼 있으며, 이는 화석연료 사용 확대와 개발 위주의 성장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을 가정한다.
SSP5에 따르면 2080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3년(37.8기가톤, GtCO2)의 3배 이상인 약 129.5기가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국내 평균기온은 4.2℃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2050년경 가시고기, 부안종개, 한강납줄개가 먼저 사라지고, 2080년에는 흰수마자, 열목어, 어름치 등으로 멸종 위협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저탄소 전환을 가정한 ‘저탄소 배출 시나리오(SSP1)’로 진행될 경우 2080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3.4기가톤으로 줄어들며, 이 경우 분석 대상 어류의 93%인 26종이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류시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다양성보전연구실장은 “이번 연구는 국가 공공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활용해 기후변화가 생물종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결과”라며,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정책적 대응에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엔미디어=전현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