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철 기자
경찰청이 3일 필리핀으로 도피한 피의자 49명을 전세기를 투입해 국내로 일시에 강제 송환했다. 단일 국가에서 동시에 이뤄진 해외 도피사범 송환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작전은 필리핀 당국과 주필리핀 대한민국대사관, 국내 관계기관의 긴밀한 협력이 만들어낸 국제공조의 대표적 성과로 평가된다.
필리핀에서 송환되는 피의자들/사진=경찰청 제공
송환된 인원은 남성 43명, 여성 6명으로 평균 연령 39세, 평균 도피 기간은 3년 6개월에 달한다. 최장기 도피자는 무려 16년 동안 필리핀에서 은신해 왔다.
범죄 혐의별로는 보이스피싱 등 사기사범 25명, 도박개장 등 사이버범죄 사범 17명, 강력사범 3명, 그 밖에 횡령·외국환거래법위반·조세범처벌법위반·성폭력처벌법위반 사범이 각각 1명씩 포함됐다.
특히 지난해 필리핀 세부에서 발생한 한국인 강도상해 사건의 주범 및 공범, 2018년부터 약 5조3000억 원 규모의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원 11명도 포함돼 있다. 붙잡힌 조직원 중 8명은 지난 6월,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 경찰관과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추적팀의 공조로 급습 검거된 바 있다.
송환 대상자 중 45명은 인터폴 적색수배가 발부된 인원으로, 국내 수사기관의 수배 건수만 총 154건에 달한다. 이들의 범행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은 총 1322명, 피해액만 약 605억 원에 이른다. 또한, 도박 사이트의 불법 자금 규모는 10조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송환 작전을 위해 경찰청은 지난 5월부터 인천국제공항경찰단,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인천공항세관, 외교부, 국토교통부 등 10여 개 기관과 협의하며 철저히 준비했다. 현지 절차 점검을 위해 경찰청 담당자가 직접 파견돼 필리핀 이민청장과 면담하기도 했다.
특히 주필리핀 대한민국대사관은 경찰영사와 코리안데스크를 중심으로 필리핀 대통령실, 이민청, 법무부 등과 긴밀히 협력하며 신병 인도 절차와 전세기 운항 문제를 조율, 필리핀 정부의 적극적 협조를 이끌어냈다.
이상화 주필리핀 대사는 이날 마닐라 공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단체송환은 필리핀이 더 이상 범죄자들의 도피처가 될 수 없다는 점과 해외 도피범은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메시지를 보여줬다”며, “양국 국민의 안전에 크게 기여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형 경찰청 국제협력관은 “이번 대규모 송환 작전은 해외를 도피처로 삼아 법망을 피하려는 범죄자들에게 더는 숨을 곳이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킨 국제공조의 모범사례”라며, “앞으로도 해외 도피사범을 끝까지 추적·검거해 피해 회복과 국민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엔미디어=장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