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철 기자
비흡연자도 가정과 직장, 공공장소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인지하지 못한 채 간접흡연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흡연 노출이 지속될 경우 폐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과학적 근거도 제시됐다.
출처: 팩트북 ‘담배폐해 앎-간접흡연’(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은 간접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예방하고 관련 규제정책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2025년 ‘담배폐해 기획보고서(주제: 간접흡연)’를 발간했다고 31일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미국 Surgeon General’s Report, 호주의 Tobacco in Australia 등 해외 선행 사례를 참고해 담배폐해 보고서 발간 체계를 구축했으며, 2022년 ‘담배폐해 통합보고서’를 시작으로 매년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해 기획보고서를 발간해 오고 있다.
올해 보고서의 주제인 간접흡연은 본인이 직접 흡연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피우는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는 2차 흡연뿐만 아니라, 흡연자의 날숨이나 옷·가구 등에 잔존한 담배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3차 흡연까지 포함한다.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 등 신종담배 사용 확산으로 에어로졸 형태의 노출 양상이 변화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간접흡연 노출률 추이 - 출처: 2025년 담배폐해 기획보고서-간접흡연 (자료원: 2023 국민건강통계, 질병관리청)
보고서는 의학·보건학·심리학 등 다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흡연폐해조사·연구 전문가 자문단’이 집필과 검증을 맡았으며, 체계적 문헌고찰 방법을 통해 국내외 간접흡연 관련 연구 결과를 종합했다. 주요 내용은 간접흡연 노출평가, 위해평가, 정책평가 등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 공공장소, 차량 등 다양한 실내 환경에서 니코틴, 초미세먼지, 담배특이니트로사민, 휘발성유기화합물, 중금속 등 담배 유래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담배특이니트로사민은 담배의 가공·가열·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니트로사민 계열 물질로, 대표적인 물질로는 NNK가 있다.
또한, 소변과 혈액 등 생체지표 분석을 통해 간접흡연의 단기·장기 노출 수준을 평가한 결과, 일부 연구에서는 설문조사로 확인한 노출 수준보다 실제 생체지표에서 측정된 노출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상 속 다양한 공간에서 자신도 모르게 간접흡연에 노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간접흡연은 폐암을 비롯해 두경부암, 자궁경부암 등 각종 암과 허혈성 심질환, 뇌졸중, 만성폐쇄성폐질환, 우울증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폐암의 경우 간접흡연 노출이 많을수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외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간접흡연으로 인한 폐암 발생 위험이 최대 약 1.4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노출 기간이 길수록 위험이 커지는 용량-반응 관계도 관찰됐다.
임신부의 흡연 노출은 사산과 조산, 저체중아 출산 등과 관련될 수 있어 임신 중 간접흡연 예방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스페인과 아일랜드 등 일부 국가는 실내 공공장소와 사업장에서 흡연구역을 허용하지 않는 강력한 실내금연정책을 도입했다. 그 결과 실내 공기 질 개선과 간접흡연 노출 감소는 물론, 흡연율 감소와 함께 호흡기·심혈관계 질환 발생률 및 사망률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가 확인됐다.
우리나라 금연구역 지정현황 (자료원: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 안내, 보건복지부·한국건강증진개발원, 2025)
우리나라도 단계적으로 금연구역을 확대하고 있으나, 보고서는 실내금연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흡연실을 두지 않는 ‘완전한 실내금연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흡연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주변 사람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이번 보고서는 간접흡연이 일상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건강 위험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서가 흡연폐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관련 규제정책 강화에 적극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2025년 ‘담배폐해 기획보고서(주제: 간접흡연)’는 질병관리청 누리집을 통해 열람과 내려받기가 가능하다.
[경제엔미디어=장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