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태 기자
「한라산 모세왓 유문암질 각력암 지대」 전경/사진=국가유산청 제공
제주 한라산 고지대에서 독특한 지질학적 비밀을 간직한 ‘모세왓 유문암질 각력암 지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한라산 모세왓 유문암질 각력암 지대」를 국가지정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한다고 15일 밝혔다.
모세왓 유문암질 각력암 지대는 한라산 백록담 남서쪽 외곽 지역 약 2.3km 구간에 걸쳐 분포하며, 폭은 최대 500~600m에 이른다.
약 2만 8천 년 전 소규모 용암돔이 붕괴하면서 발생한 화산쇄설류에 의해 형성된 이 지역은, 크기가 서로 다른 밝은 색조의 유문암질 암석 조각들이 맞물리듯 쌓여 독특한 지질 경관을 이룬다.
유문암은 이산화규소(SiO₂) 함량이 높은 밝은 색의 화산암으로,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두운 색 현무암질 암석과 뚜렷이 구별된다.
실제로 제주 지역 현무암질 화산암의 이산화규소 함량이 45~65% 수준인데 반해, 한라산 모세왓 유문암의 함량은 70.5%로 더 높아 암석이 밝은 색을 띠게 된다.
지명 ‘모세왓’은 제주 방언으로 ‘모래(모세) 밭(왓)’을 뜻한다. 유문암질 각력암 조각들이 널리 흩어져 있는 모습이 마치 모래밭과 닮아 붙여진 이름으로, 지질학적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이번 지정은 학술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제주에는 주로 현무암질 화산암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모세왓 유문암질 각력암 지대를 통해 유문암질 암석의 존재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특히 밝은 색을 띠는 유문암질 각력암이 넓은 지표 퇴적층에서 뚜렷하게 분포해 한라산 고지대 화산 퇴적층이 형성된 순서를 해석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한라산 고지대 화산활동의 독특한 단면을 보여주는 천연기념물 ‘한라산 모세왓 유문암질 각력암 지대’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겠다”며, “한라산 탐방객들이 제주의 다양한 지질학적 역사를 이해하고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엔미디어=전현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