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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실학 명저 「박제가 고본 북학의」 등 9건, 보물 지정 예고
  • 기사등록 2025-07-01 10:58:28
  • 기사수정 2025-07-01 11: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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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실학사상을 대표하는 저서인 「박제가 고본 북학의」를 비롯해 총 9건의 문화재가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박제가 고본 북학의/사진=국가유산청 제공

국가유산청은 1일 「박제가 고본 북학의」를 포함해 「구례 화엄사 벽암대사비」, 「대혜보각선사서」, 「예기집설 권1~2」, 「벽역신방」, 「합천 해인사 금동관음·지장보살이존좌상 및 복장유물」, 「창원 성주사 석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 「강화 전등사 명경대」, 「삼척 흥전리사지 출토 청동정병」 등 9건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가장 주목받는 「박제가 고본 북학의」는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1750~1805)가 청나라 북경을 다녀온 뒤 국가의 제도와 정책, 경제 전반의 개혁 방안을 제시한 책으로, 조선 후기 개혁과 부국강병 사상의 결정체로 꼽힌다. 내외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내편에서 기물·장비의 개혁 방안을, 외편에서 제도와 정책의 개혁을 다루고 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수원화성박물관 소장본은 박제가가 직접 쓴 친필 원고본(稿本)으로, 현존하는 북학의 중 가장 이른 시기의 원본에 해당한다. 이후 북학의 각종 필사본의 저본이 되었으며, 편차 구분과 내용 체제를 결정한 기준이 되는 자료로서 서지학적·역사적 가치가 높다. 특히 이 책에는 실학자 박지원(1737~1805)의 친필 서문도 함께 남아 있어 두 실학 거장의 필적이 동시에 전하는 희소한 사례로 평가된다.

 

함께 지정 예고된 「구례 화엄사 벽암대사비」는 임진왜란·병자호란 이후 불교 중흥에 기여한 벽암대사(1575~1660)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비석으로, 신라시대 이래 이어져 온 전통 석비 형식을 따르면서도 독특한 조형미와 섬세한 조각 기법을 보여준다. 비문은 영의정 이경석이 짓고, 명필 오준이 글씨를 썼으며, 전액은 조계원이 집자했다. 비석의 귀부와 이수 조각에서 보이는 용두형 장식은 예술적 가치가 높고, 원위치에서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점도 학술적으로 주목된다.

 

「대혜보각선사서」는 중국 임제종 보각선사 대혜가 편찬한 선종 경전으로, 이번에 지정 예고된 등용사 소장본은 1418년 승려 신인이 판각한 목판에서 후대 인출한 11행 20자 계열 판본이다. 국내외에서 현존 예가 드물고 보존 상태가 우수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특히 간행에 참여한 승려들의 발문이 남아 있어 조선 불교계의 상황을 보여주는 사료적 가치도 크다.

 

또한, 「예기집설 권1~2」는 원나라 주자학자 진호가 주석한 유교 경전으로, 지정 예고본은 1391년 경상도 상주에서 복각된 것으로 추정되며, 고려 말 지방관청의 간행 양상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고려시대 판본으로 희소성이 매우 높으며, 현존 국내 판본 중 제작 시기가 가장 이르다.

 

의학 분야에서는 허준이 광해군의 명으로 편찬한 「벽역신방」도 보물 지정을 앞두고 있다. 1613년 발간된 이 책은 성홍열로 추정되는 전염병 ‘당독역’의 관찰과 치료법을 담고 있으며, 이번에 지정 예고된 동은의학박물관 소장본은 종친 봉래군 이형윤에게 하사된 특별한 사례로서, 당시 전염병 대처와 의서 보급 실태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불교 미술 분야에서는 「합천 해인사 금동관음·지장보살이존좌상 및 복장유물」이 주목된다. 1351년 원래 성주 법림사 대장전에 봉안할 목적으로 제작된 이 불상은 고려 후기 관음·지장 신앙의 독특한 결합을 보여주는 유일한 사례다. 해인사 구광루에 봉안 중이며, 내부 복장유물은 조선시대 복장 의식이 체계화되기 전의 형태를 보여주어 불교조각사뿐 아니라 당시 사회·경제사 연구에도 중요하다.

 

「창원 성주사 석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은 1681년 조각승 승호가 제작한 불석(佛石) 조각으로, 명부조각 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완전하게 보존돼 있어 17세기 불교조각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밖에 「강화 전등사 명경대」는 사자 형상의 대좌 위에 거울을 올리는 독특한 구조로, 제작 연대와 장인이 기록된 희귀한 17세기 목공예품이다. 조각과 채색 기법 모두 예술적 수준이 높아 주목된다.

 

또한, 「삼척 흥전리사지 출토 청동정병」은 2016년 발굴된 통일신라~고려시대 불교 공양구로, 몸체와 주구 등을 일체로 주조한 정교한 제작 기술과 완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귀중한 연구 자료로 꼽힌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9건의 문화재에 대해 30일간의 지정 예고 기간을 거쳐 의견 수렴과 심의를 진행한 뒤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최종 지정할 예정이다.


[경제엔미디어=전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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