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태 기자
지난 APEC 2025에서 한·미 정상회담 모습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한미 정상 간 관세·통상 및 안보 협상이 최종 타결됐다고 발표하며, 3500억 달러 규모의 전략 투자, 관세 조정, 한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등을 포함한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와 국가 미래 개척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지난 두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담은 공동 설명자료 작성이 마무리됐다”며, “한미 무역·통상 협상과 안보 협의가 최종적으로 타결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내란 사태 등으로 협상에 늦게 참여했으나, 한미 동맹의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존중과 이해에 기초한 협상을 통해 양국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를 도출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협상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결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합리적 결단과 용단에 감사와 존경을 전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한해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을 양국이 명확히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대규모 투자와 관세 조정이다. 공동 설명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조선 분야에 150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승인하고,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른 2000억 달러 추가 투자 계획을 포함한 ‘한국 전략 무역 및 투자 합의’를 재확인했다.
관세 관련해서는, 미국은 2025년 4월 2일자 행정명령에 따라 한국산 제품의 관세를 한미 FTA·최혜국(MFN) 관세율 또는 15% 중 높은 세율로 적용하고, 한국산 자동차·부품과 목재 제품에 부과되는 232조 관세를 15% 수준으로 조정한다. 의약품과 반도체 관련 232조 관세도 조정되며, 제네릭 의약품·원료·일부 항공기 부품에 대한 추가 관세는 철폐된다.
외환시장 안정 장치도 마련됐다. 양국은 전략적 투자 MOU 이행으로 시장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합의했으며, 한국이 연간 조달 금액과 시점을 조정 요청할 경우 미국은 이를 신의성실하게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국은 상업적 유대 확대를 확인했다. 한국 기업들의 대미 직접투자와 대한항공의 GE 엔진 장착 보잉 항공기 구매 계획이 환영됐으며, ‘Buy America in Seoul’ 전시회를 통한 미국산 상품 수출 촉진 구상도 반영됐다.
비관세 장벽 해소 방안으로는 자동차·농업·디지털 분야 합의가 포함됐다. 한국은 미국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FMVSS)을 충족하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연간 수량 제한을 폐지하고, 농업 분야에서는 추가 시장 개방 없이 기존 양자 협정 이행과 규제 승인 절차 효율화를 추진한다.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는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국경 간 데이터 이전을 원활하게 한다.
안보와 동맹 현대화 분야에서도 합의가 이루어졌다. 미국은 주한미군 지속 주둔과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확장억제를 재확인했으며, 한국은 국방비를 GDP의 3.5%로 증액하고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에 250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을 밝혔다. 특히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공식 협의 의제로 포함되어 역사적 진전을 이뤘다.
양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안정, 일본과의 3자 협력, 항행 및 상공비행 자유 수호,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 유지 등 지역 현안에 대한 공조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 개선과 경제협력 강화, 인공지능 분야 전략 투자 및 국제 협력 강화, 국제 질서 변화 대응 등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구상을 강조하며, G20 정상회의 참석 계획도 밝혔다.
대통령은 담화 말미에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하는 데 정부의 모든 역량을 쏟겠다”며 국민의 동행을 요청했다.
[경제엔미디어=전현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