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철 기자
국회 본회의장 전경/사진=국회 홈페이지 자료
보건복지부는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15년 만에 비대면진료에 대한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3일 밝혔다.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 이후 약 5년 9개월 동안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돼 왔으며, 의료 접근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안의 통과는 2010년 18대 국회에서 처음 관련 법안이 제출된 이후 15년 만에 비대면진료가 법률에 명시된 사례다.
22대 국회에서는 비대면진료 제도화 관련 의료법 개정안 8건과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도입을 위한 1건 등 총 9건이 발의됐고, 보건복지위원회는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의무화 법안까지 포함한 총 12건을 병합해 대안을 마련했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체계와 자구가 보완됐다.
개정안은 의료의 질과 안전성, 취약계층 접근성 강화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았으며 의·약계, 소비자 단체,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반영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안은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의 대체가 아닌 보완적 수단임을 명시하고, 일정 기간 내 동일 증상으로 대면진료를 받은 재진 환자 중심으로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초진 환자의 경우 지역적 요건과 처방 범위를 제한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운영기관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되, 희귀질환자, 제1형 당뇨병 환자, 교정시설 수용자, 수술 후 경과 관찰이 필요한 환자 등 병원급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한다. 비대면진료 전담기관을 금지하고 지역 제한 규정을 둔 것은 대면진료와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또한 의사협회 등 직역 단체의 표준지침 마련과 자율규제 절차도 법안에 포함됐다.
환자 안전을 위한 보호 장치도 대폭 강화됐다. 비대면진료로는 마약류 처방이 금지되며, 의료진이 환자 정보를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처방 가능한 의약품 종류와 처방일수를 제한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화상진료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질환 범위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법적 책임 역시 명확해졌다. 의료인은 비대면진료의 한계와 특성을 설명하고 환자 동의를 받아야 하며, 환자가 타인을 사칭해 진료를 받거나 의약품을 처방받는 행위를 금지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대해서는 신고제·인증제 도입,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 확대, 의료적 판단에 영향을 제약하는 행위 제한, 개인정보 보호 의무 등 새로운 규제가 마련됐다.
공공부문에서는 비대면진료 정보를 관리하고 중개 기능을 수행하는 ‘비대면진료 지원시스템’ 구축·운영 근거가 신설됐다. 이 시스템은 진료이력과 자격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일차의료기관이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역시 법적 근거가 마련돼 향후 처방전 위·변조 방지와 편리한 전달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약 배송 제도화 근거도 처음 포함됐다. 이에 따라 섬·벽지 주민, 장기요양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 확진자, 희귀질환자 등 취약계층은 비대면진료 후 의약품을 편리하게 배송받을 수 있게 됐으며, 대상자 특성에 따라 배송 지역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 의료법은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 절차를 거쳐 1년 뒤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법 시행 전까지 시범사업을 개편해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유예기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세부 기준인 대상 환자 요건, 지역 제한, 처방 제한 의약품 등은 의·약계 및 소비자 단체와 협의해 하위법령으로 마련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오랜 논의 끝에 비대면진료 제도화의 법적 기반이 마련돼 큰 의미가 있다”며, “의료의 질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국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제엔미디어=장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