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철 기자
12·12 군사반란 당시 신군부에 맞서다 사망한 고 김오랑 중령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법원은 김 중령의 희생을 “헌정질서를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숭고한 죽음”으로 평가하며 합당한 예우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부(재판장 유창훈 부장판사)는 지난 8월 12일, 국가가 원고 10명에게 총 2억7천여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가 측이 상고하지 않아 지난 28일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김오랑 중령은 1979년 12월 12일, 특전사령관 정병주 장군의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던 중 반란군의 사령관 체포 시도를 저지하다 현장에서 사망했다. 그러나 당시 반란군은 그가 먼저 총을 쏜 것처럼 조작 발표하며 사망 경위를 왜곡했고, 이에 따라 전사가 아닌 순직으로 격하 처리됐다.
유족들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줄곧 진상 규명을 요구해왔으며, 2022년 9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공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중령의 죽음이 반란군의 불법행위에 따른 전사로 인정됐다. 이어 같은 해 12월 육군은 그의 사망 구분을 전사로 변경했다.
박경수 변호사(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사진=법무법인 한중 제공
법원은 판결문에서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한 반란군에 저항하다 숨진 고인의 희생에 합당한 예우가 필요하다”며, “반란군이 사망 경위까지 조작한 점을 고려할 때 국가의 책임은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중령의 모친에게는 1억 원, 형제자매들에게는 각 5천만 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국가 측이 제기한 소멸시효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진상규명 전에는 유족이 사망 경위를 확인할 수 없었고, 진실을 조작한 국가가 소멸시효를 내세우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소송을 대리한 박경수 변호사는 “군사쿠데타에 맞서 싸운 장교의 죽음이 국가에 의해 왜곡된 역사가 바로잡힌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단순한 배상 문제가 아니라 헌정질서 수호와 역사적 교훈의 확인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오랑 중령은 당시 계급장을 떼고 반란군에 맞서 싸웠으며, 시신은 사건 직후 방치됐다가 이듬해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이번 판결은 12·12 군사반란과 관련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로, 과거사 진실 규명과 피해자 명예 회복의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된다.
[경제엔미디어=장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