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태 기자
환경부는 8월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대형 연체동물인 ‘나팔고둥’을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환경부가 8월의 멸종위기종으로 ‘나팔고둥’을 선정했다/사진=환경부 제공
‘나팔고둥’이라는 이름은 조선 시대 왕실이나 군대에서 사용되던 전통 악기 ‘나각’(螺角)에 이 고둥의 껍데기가 쓰였던 데서 유래했다. 껍데기의 높이는 약 22cm, 폭은 10cm로 국내 고둥류 중 가장 큰 축에 속한다.
껍데기는 단단하고 두꺼우며, 황백색 바탕에 적갈색 무늬가 불규칙하게 퍼져 있다. 특히 몸체가 나오는 껍데기 입구(각구) 부분에는 흑갈색 띠무늬와 주름, 백색 돌기가 뚜렷해 일반 식용 고둥과 구분된다.
나팔고둥은 암수 개체가 구분되며, 체내수정을 거쳐 주로 12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에 산란한다. 국내에서는 제주도와 남해안 20~200m 수심대의 연안에서 주로 발견되며, 얕은 수심에서는 암반 위에서 서식하는 모습도 관찰된다.
무엇보다 나팔고둥은 해양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천연 조절자’로 주목받고 있다. 일반 고둥류가 불가사리의 먹잇감이 되는 것과 달리, 나팔고둥은 오히려 불가사리를 주요 먹이로 삼는다. 특히 제주도 연안에서는 빨강불가사리를 주로 섭식하며, 하루에 한 마리 이상을 포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가사리는 별다른 천적 없이 급격히 개체수가 증가해 산호와 조개류를 대량으로 섭취, 바다 생태계를 황폐화시키는 ‘바다 사막화’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나팔고둥은 이 불가사리를 조절함으로써 해양 생물다양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외형과 풍부한 육질로 인해 과거에는 관상용과 식용으로 남획되었으며, 이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해 현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최근에는 식용 고둥 채집 과정에서 나팔고둥이 일반 고둥으로 오인되어 불법 유통되거나 섭취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환경부는 “나팔고둥은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보호대상에 해당하며, 일반 고둥과의 혼획이 불법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을 허가 없이 포획·채취·훼손하거나 죽이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나팔고둥을 비롯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국립생물자원관 누리집 또는 국립생태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제엔미디어=전현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