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태 기자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과 산림 생태계의 급속한 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숲속의 특이 지형인 ‘풍혈지(風穴地)’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생물종의 피난처로 주목받고 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현재 국내 주요 풍혈지 25곳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며, 풍혈지가 기후변화에 민감한 생물종이 머무를 수 있는 잠재적 서식처로 기능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학적 조사와 체계적인 보전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선 장열리 풍혈지 여름철 열화상 촬영 사진(파란부분일수록 온도가 낮은 지점)/사잔=산림청 제공
풍혈지는 여름철 외부 기온이 30℃를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내부 온도가 5~10℃로 유지되는 독특한 냉각지형으로, 빙혈, 얼음골, 얼음굴, 빙계, 냉천, 광천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겨울철에는 반대로 주변보다 따뜻한 바람이 흘러나와 비교적 온화한 미소환경을 형성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풍혈지는 극심한 이상고온 시기 생물들에게 ‘생태적 쉼터’ 역할을 하며, 실제 일부 지역에서 희귀·특산식물, 냉량성 곤충, 지의류, 버섯 등이 서식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립수목원이 최근 전국 5개 풍혈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생물상 조사에서는 버섯 26종과 지의류 8종의 신종 혹은 국내 미기록 후보종이 새롭게 발견됐다.
특히 일부 풍혈지는 희귀·특산식물의 자생지이자 보호지역 밖에 위치해 보호구역 지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풍혈지 관련 조사는 아직 일부 지역에 국한된 단편적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기후위기 시대 생태적 피난처로서의 가능성을 뒷받침할 과학적 연구와 정책적 기반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풍혈지의 생물 군집 변화는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물학적 지표로 활용할 수 있어, 기후변화의 진행 상황을 생태학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또한, 풍혈지는 2030년까지 지구 육상면적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는 ‘포스트-2020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대상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신현탁 국립수목원 산림생물보전연구과장은 “풍혈지는 아직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한 영역이지만,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생태적 희망의 장소가 될 수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풍혈지를 발굴하고, 그 기능과 가치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기후위기 시대의 보전전략에 통합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엔미디어=전현태 기자]